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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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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해 논문 2탄 - 익스큐터 편
| 2024. 4. 19.

 

 

천유은을 볼때마다 익큐 생각이 나고 익큐를 볼때마다 천유은 생각이 남. 그냥 그 둘에 대해 계속계속 생각함..... 둘다 마법소녀고, 테마컬러 노랑이고, 딱똑콱이고, 인상도 비슷하고, 의상 디자인도 비슷하지만 성격과 신념은 정반대. 그래서.... 저번에는 천유은 얘기를 했으니까 이번엔 익큐 얘기를 해보려고

 

 

선호 마법소녀
이런애들은 괜찮음...
어떻게 보면 마녀에게도 호의적인거 같고
싸움같은거 해도
절대 안죽이고
사람들을 구하는게 착한거같아
정의가 있어 얘는

 

존나최악마법소녀
얘가 진짜 ㅈㄴ최악임
생긴건 엄근진인데
생각이란걸 안하는거같고
걍 죽여그냥
처형머신
존나끔찍진짜로

 


 

 

 

천유은 캐해 논문

https://youtu.be/pJCgeOAKXyg 영상 하나 보고 시작하자..... 천유은 테마곡으로 썼던 음악은 이 장면 브금이었음 이 시퀸스가 완벽하게 내가 생각하는 천유은 이미지 언젠가 한번쯤은 그린듯한 질서선

oldtree201.tistory.com

여기서 이어짐. 먼저 보고 오세요.

 

 

에리니스 상송.
마법소녀명은 엘피스 익스큐터.
컨셉은 처형자. 그리고 비틀린 정의.
상송 가문은 프랑스의 유명한 처형인 가문이죠... 샤를 앙리 상송은 단두대의 발명과 도입에도 기여한 점이 있고....
단두대 발명 이전에는 처형인들이 직접 검을 들고 사형수의 목을 베었는데 이쪽이 좀더 익큐의 이미지에 가까움.

원래는 마법소녀명 엘피스 저스티스로 할 생각이었음. 근데 선점 시트 보니까 누가 이미 가져갔더라고.. 그래서 엘피스 익스큐터가 됨. 러닝때 보니까 저스티스는 정말 멋지고 정의롭고 그 이름이 잘 어울리는 친구여서 그 이름이 걔한테 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함

익스큐터는 컨셉이 처형자인 만큼 자신이 정의의 심판을 내리는 자이며 남을 처형할 권리가 있다고 믿음. 그렇다면 그 정의의 기준은 무엇이냐? 그냥 지생각임. 그런 권리는 누가 줬냐? 마법의 정수가 줬다고 생각함. 자기를 마법소녀로 만들었잖아. 그럼 자기한테 권리를 준거임. 아닌거같으면 마법소녀 시키지 말았어야지.

익큐가 생각하는 마법소녀의 이상은 절대적으로 정의로운 존재임. 정의로워서 마법소녀인게 아니고 마법소녀니까 정의로움. 그런데 내가 마법소녀네? 그럼 나는 ㅈㄴ 정의롭구나. -> 이따위(ㅋㅋ) 근데 이제 거기서 안끝나고 마법소녀 중에서도 급나누려고 함. 진짜 어디까지 오만할 셈이지. 제일 괴수와 열심히 싸우는 마법소녀. 제일 정찰을 열심히 하는 마법소녀. 제일 노력하는 마법소녀. 제일 희생하는 마법소녀. 이런걸로 누가 진정으로 마법소녀다운지 줄세움. 그리고 자기가 제일 열심히 하니까 자기가 최고의 마법소녀라고 생각함. 아니 거기서 안끝나고 자신만이 진정한 마법소녀라고 생각함. 그러니까 자신이 최고의 정의인거임. 다른 마법소녀를 보고 틀렸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익큐는 실로 자신의 모든것을 바쳐 마법소녀 활동을 하긴 함. 일상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자신의 모든것을 내놓음. 깨어있는 모든 시간을 정찰과 전투에 쓰고, 또 잠까지 최대한 줄여가며 정찰하는 시간을 늘림. 엄청나게 피곤하지만 그정도는 견뎌야 한다고 생각함. 마법소녀로 활동할 시간 확보를 위해 학교도 자퇴했음. 친구 사귈 시간도 없어서 인간관계도 완전히 버림. 가족과의 관계도 망함. 취미생활, 놀러가는 일, 뭔가 즐거운 일, 그런거 상상도 못함. 익스큐터의 모든 행동은 마법소녀 활동, 다르게 말하면 괴수를 죽이는 것을 위할 때만 의미가 있음. 에리니스 상송이라는 인간은 없고 오직 마법소녀 엘피스 익스큐터만 존재한다고 할수 있을 정도로 스스로를 소모함. 그러니... 열심히 했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음. 문제는 그걸로 자신에게 어떠한 권리가 주어진다고 생각하는거지.

이렇게 밑도끝도 없는 존나최악신념인데 또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무너짐. 

 



러닝중 익스큐터의 생각의 흐름은 이랬음.
나만이 정의다->저스티스랑 대화하고 저스티스의 얘기에 설득당함. 그리고 얘가 나보다 더 정의로운거 같아서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함->자기는 괴수를 죽이는데에 미쳐있었을 뿐이고 정의가 아님을 인정->그치만 괴수에 대한 증오가 사라지지는 않았고 자신을 마법소녀가 아닌 처형자로 명명

 

그러니까 오만함은 버리긴 했지만 대신 그러면서 엄청나게 흔들리고 절망함. 자신이 정의라고 믿으며 살아왔는데 알고보니 그게 아닌 것 같고 그러나 여전히 괴물은 증오스럽고.. 엔딩 이후에도 일상도 인생도 버린 미친마법소녀인건 그대로지만 이제 신념같은건 없이 증오만 남은 처형머신이 됨. 완전히 증오에 물들어 그냥 괴수죽일생각밖에 안함. 괴수만 죽이면 다행이지 요정도 전부 죽여버리려고 계획을 세우고 있을듯. 아무리 비틀린 정의라도 이전의 익큐는 정의를 표방했으나 망가진 익큐는 그 정의를 잃음. 익큐같은 자기합리화+정신승리 광인이 명분을 버린다는건 그에게 정말로 큰 일이라.... 그만큼 멘탈 나갔다는거임.

 

아무튼 유은이랑 비교해서 이야기해보려고 시작한건데.. 차이점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재미있음. 주로 익큐가 존나 뼈맞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음. 천유은의 신념이나 가치관 하나하나가 익큐한데 그거 정의 아닌데?라고 외치고 있어서

천유은과 익큐 둘다 마법소녀 활동에 진심인 편임. 천유은은 익큐처럼 자기파괴적일 정도는 아니지만... 다른 마법소녀들보다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상당히 진지하게 임하는 건 맞음. 둘다 그렇게 노력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꼭 이루고픈 목표가 있기 때문임. 그런데 천유은의 목표는 '구한다'고 익큐의 목표는 '죽인다'임. 둘다 마녀/괴수를 죽임으로서 결과적으로 시민들을 지키는 건 같지만 동기에서 이런 큰 차이가 있음. 볼수록 익큐 얘는 뭔 자신감으로 지가 정의라고 생각하는거지?싶은

천유은에게 던졌던 질문들을 익큐에게도 던져보자. 만약 범죄를 저지른 악인이 위험해 처해있다면 어떨까? 익큐는 그사람을 구하려고 할까?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얜 구하는것보다 죽이는걸 동기로 움직이기 때문에 구하는데 큰 관심이 없을 거 같은데................. 구해주는건 당연히 아니고 그냥 냅두는 것도 아니고 아마 자기가 단죄하려 들 가능성이 큰듯. 엔딩 이후의 익큐라면 죽도록 냅둘듯. 괴수죽이느라 바쁜데 그런거 신경쓸 시간이 어디있어요

 

흥미로운 점은 하인츠 테스트임. 익큐에게도 하인츠 테스트를 해보면 익큐는 약을 훔침. 행위 동기는 단계로 치면 4단계~5단계 사이 어딘가일듯. 그러니까 도덕 기준으로서의 법, 공공의 이익, 또는 그와 비슷한 사회적 합의가 행위동기인 것임. 약을 훔쳐서 아내를 구하는게 사회적합의에 따르면 선한 행동이기 때문에 훔친다는 것. 근데 이제 문제는 그 도덕 기준이 사회적 합의를 참고하긴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자기 생각이란 게 문제임...... 그리고 또 원래 테스트에서는 상정하고 있지 않은 부분인데... 이 테스트는 '선'에 집중하고 있지만 익큐는 '악'에 더 집중함. 익큐는 아내를 구하는게 선한 행동이기 때문이 아니라 약을 비싸게 파는 것이 악한 행동이기 때문에 약을 훔친다는 결론을 충분히 내릴 수 있다는 것임, 만약 좀더 극단적인 상황이 주어진다면 선을 방해하는 악을 적극적으로 처단하려고까지 할것임. 이건 일단 한번 악을 규정하면 그 반대쪽은 선이 된다는 이분법적 논리에 기인하고 악에 절대성을 부여한만큼 선도 절대성을 가질거라고 믿기 때문임. 저 사람이 악이니까 난 저 사람에게 대적하는 이상 어떤 짓을 해도 선인 것임. 이건 반대의 경우도 같은 논리로 생각함. 내가 선이니까 나에게 대적하는 사람은 어떤 짓을 해도 악임.

 

진짜 걍 익큐의 논리는 들여다볼수록 얄팍하고 구멍투성이임.... 그걸 지금까지 정신승리로 커버치고 자기가 맞다고 우겨왔음. 그게 가능했던건 괴수라는 분명하고 의심할 여지가 없는 악이 존재해서 대충 괴수랑만 싸우고 있으면 논리의 구멍이 드러날만한 상황은 잘 오지 않기 때문이겠지....

 

얜 걍 생각이 없나? 하긴 일부러 이런 고찰을 안할듯. 점점 더 깊이 생각할수록 자신이 정의가 아니라는 답만 나올테니.

....이게 최선의 정의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천유은 봄,, 계속 봄....

 

근데 얘가 이렇게까지 괴수를 증오하고 악으로 여기는 이유...... 진짜 별거없음 자기가 괴수한테 죽을 뻔 했기 때문임. 그리고 마법소녀를 정의라고 규정하는 이유,,,, 그 죽을뻔 했을때 마법소녀가 자기를 구해줬기 때문임..... 익큐한테는 이게 인생 전체를 비틀어버릴 정도로 진짜진짜 강렬한 경험이었음. 강렬한 죽음의 공포와 강렬한 희열..기쁨... 그게 바로 선악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질 정도로 강렬한.... 

 

설정 짤때는 전혀 의도한게 아닌데 천유은과 익큐의 이 '생명의 위협 -> 구원받음' 경험이 가져온 결과가 되게 재미있다..

천유은은 누구의 잘못이랄게 없는 우연적 사고에 생명의 위협을 받았음. 익큐는 분명히 책임소재가 존재하는 생명의 위협을 받았음.

천유은은 스스로를 구원함. 익큐는 타인에게 구원받음.

천유은의 경우는 원망할 대상이 없고 감사할 대상은 스스로의 선의지임. 익큐의 경우는 원망할 대상은 괴수고 감사할 대상은 마법소녀임.

익큐의 상황이 좀더 극단으로 가기 좋은 상황이긴 했다. 천유은은 긍정적 경험을 얻을 확률이 높은 상황인데.

그렇다고 상황이 둘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건 아니지만. 익큐가 천유은의 상황이었으면 자아도취해서 더 오만해졌을듯. 

 

나 이런 존나최악마법소녀 데리고 어떻게 커뮤뛰었지?

 

아무튼 나는 둘의 엔딩은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온 생각과 행동들에서 나온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해...

익큐는 언젠가 당연히 무너질 것이었고 천유은은 언젠가 당연히 이겨낼 것이었음. 뿌린대로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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