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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 나는 네가 ■■ 체크리스트
| 2025. 9. 22.

이 체크리스트 흥미롭다가 없네 그게 둘 관계의 핵심인데..

서로가 서로를 흥미로워함. 서로가 서로의 유잼컨.

 

다니엘이 하이드를 보는 시선은 방관자적이고 대상화되어있고 타자화되어있음. 우리 안의 동물이나 소설 속의 괴물을 보는 듯한 시선. 다니엘은 프릭쇼같은거 보러가면 신기하다고 좋아할 인물상임. 절대 자기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속 편하게 구경할 수 있음. 소수자를 보는 다수자의 시선. 근데 이제 지도 소수자란 점이 웃기다. 평생 소수자를 보는 시선을 경멸과 혐오의 형태로만 겪어왔으니까 오히려 이렇게 된 걸지도 모르고. 자신의 비정상성(얼굴의 흉터, 이상한 취향)으로 인해 괴로워하면서도 '진짜'를 보면 자기는 다르다고 확실히 선을 그음. 아무리 내가 흉터랑 취향 때문에 사교계에서 멸시당한다고 해도 저런 괴물이랑은 다르지. 나는 일단 인간이잖아? 둘 중에 더 '용납되지 않는' 존재는 하이드임을 명확히 알고 있고 그래서 무의식중에 하이드를 평범한 인간을 대할 때와는 다르게 대하고 있음. 하이드가 자신을 죽일 수 있기에 두려워하는 건 맞음. 그러나 하이드가 자신을 경멸하든 조롱하든 그건 자신의 사회적 평판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음. 하이드의 폭력은 두려워도 하이드의 시선은 두렵지 않음. 그리고 본인은 이 모든 것을 인지하고 있지 못함. 자신이 하이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본인은 전혀 모름.

 

하이드는 다니엘이 자기를 그렇게 보고 있는 걸 알음. 까딱하면 다니엘도 '이쪽'이 되는 건 한순간인데 (심지어 다니엘은 호기심도 많고 안전불감증이어서 굉장히 가능성이 큰데도) 자기는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라 굳게 믿고 있는 걸 보면 짜증 난다는 감상도 안 생기고 그냥 웃김. 너무 멍청한 상대를 보면 화도 안 나고 그냥 신기하고 재밌다. 어디까지 하나 보자ㅋㅋ 정도의 감상. 사실 하이드 입장에선 2XXX년도로 가면 더 이상한 새끼도 많고 더 특이한 취향 가진 놈들도 널렸고 하니 그런 면에선 다니엘이 특별히 신기할 것도 없음. (특별한 것까진 아니어도 일단 신기하긴 함. 19세기의 사람 치고는 특이한 거 맞으니까.) 하이드에게 다니엘이 특별히 신기하고 흥미로운 건 자기를 보고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호기심을 가진다는 점 때문이 아니라 저 모순적인 태도와 기이할 정도의 근거 없는 믿음 때문임.

또 중요한 게 있는데, 하이드는 좀만 거슬리면 언제든지 다니엘을 죽일 수 있는 압도적 강자고 그걸로 다니엘에게 압박감을 주고 있음. (반쯤은 의도적이고 반쯤은 다니엘이 스스로 공포심을 키우고 있음.) 가해-피해 관계로 치면 하이드가 가해자고 다니엘이 피해자임. 하이드에게 다니엘은 너무 약하고 하찮고 개미같은 존재임. 그렇기에 하이드도 다니엘과 마찬가지로 상대방을 자신보다 아래로 여기고 있음. (하이드는 자신이 다니엘을 어떻게 보는지 인지하고 있으며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함.)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동등한 교류 상대가 아닌 구경거리임. 그것도 엥간해선 볼 수 없는 아주 흥미로운 구경거리라서 이 관계를 이어가고 있음. 그러면서도 또 나름 친하게 잘 지내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음. 사회의 이방인, 비정상인들의 우정..?같은 아름다운 건 아니고 '와 나도 비정상인데 쟤도 진짜 비정상이다ㅋㅋ 그래도 내가 쟤보단 나음'같은 상호 송충이주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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